시작은 쓸쓸 했지만 결론은 찬란하게 기억될 그들과의 인연에 작별을 고하며. .
(출처 : 도깨비 공식 페이스북)
본방사수라는 단어가 고유명사화 된지 오래전 일이지만, 언제나 예외라는것이 존제 하듯, 모두에게 통용되는 단어는 아닐것이다.
그 변수속에 필자 또한 그러했다. 특히 드라마에 관심없는 영혼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반대로 그간 수 많은 드라마 들에서는 이리 못난 이에 시선마저 끌어당기는 힘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혹은 무신경한 필자의 감각도 한몫 했다. 그렇지만 삶이 그러하듯, 생의 변수는 늘 존재한다. 비록 그것이 계산되지 않은 행위일지라도, 어쩌면 오랜만에 적어보는 드라마 리뷰는 내가 살아가고 있는 아름답고 찬란한 삶 속. 그 어딘가에서 발생한 하나의 변수가 되지 않았을까?
[도] - 전적인 소재와 전개, 그리고 영상미에 스며든 음악들
물론 기억을 더듬어 보면 어느날 어느시간에 지나간 드라마들을 우연히 챙겨봤던 작품들도 분명 있었다. 그중의 일정 %는 김은숙 작가 작품의 지분이 보유하고 있었다. 그녀의 모든 작품을 꼼꼼하게 챙겨본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한 두편만 본것도 아닌것 같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22일 종영된 TvN 10주년 기념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 - 도깨비’ (이하 도깨비)는 또 하나의 바람으로, 눈으로 기억될 드라마라 보여진다. 시작부터 준비된 제법 핫한 재료와 조미료들, 최상급 크루와 도구. 여기에 스타 쉐프의 만남까지 준비된 완벽한 구조의 결과는? 보시다시피. (무릇 드라마라면 응당 이정도는 해줘야 기대작이라 불리지 않겠는가?)
호기심을 끌었던 대목은 소재부터였다. 전통 신앙에서 근원이 된 스토리텔링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버무려 내놓은 이번 작품의 야심찬 시놉은 꽤나 흥미로웠다. 물론 이것이 3년전부터 출발한 기획이라 해도, 이 틀속에서 보여진 현재 드라마의 트랜드가 일정부분 반영된 것을 볼수 있다는 구석이 있겠지만, 재료를 표현하는 작가의 필력은 우려를 상쇄시키고, 기대감은 충분히 전달하였다. 이는 고스란히 시청자에게도 전달되었다. 각 회차별 에피소드 마무리를 깔끔하게 맻으면서도 연속성을 보여준 적당한 스피드와 전개, 등장 인물들과 배경들의 디테일적인 설정과 묘사. 기본이 탄탄했기에 자칫 사전촬영분과의 불합치될 우려마저 연기력으로 충분히 채우고 메워준 배우들. 여기 이들의 교집합을 완성시킨 영상미와 편집. 거창하게 표현하지 않더라도 장면에 곳 잘 스며든 CG, 오랜만에 모든 곡들이 꽤나 적절하게 녹아든 매혹적인 SOUNDTRACK등을 통해 들어난 도깨비의 폭발적인 평가와 반응속에서 완벽에 도달하고 있던 흐름을 보여주며, 13회차를 기점으로 이내 정점을 찍었다. 이제 남은 회차의 기대치는 매섭게 가열되기 충분했다. 인생작이다는 견해들이 쏟아져 나오며, 단지 드라마 한편이 위태롭던 회사의 주가마저 끌어올릴만큼의 위력을 보여주던 도깨비는 종국에 도달하여 만점으로 모두에게 등재될, 찬란하게 완성되리라 여기고 믿어온 순간들만이 남은줄 알았다. 고작 3회차만 남겨진 1주일의 시간속에서는 그랬다.
(출처 : 도깨비 8회 중)
[깨] - 림칙한 결말과 애매한 뒷심
이처럼 찬란하고 완벽할 것 같았던 절정의 순간에 도착한 기타누락된 흔적은 최종회 구성에서 반전에 역반전으로 표현된 사고사 장면에서부터 출발하여, 30년이라는 흐름에서 보여준 타임워프 시퀸스로 도착된다. 14회부터 반전의 그림을 그리는데 3회라는 시간 속에서 표현하고자 했던 이야기의 흐름이나 캐릭터들의 구성은 어떤식으로 전개가 될지 알다가도 모를뻔했으나, 미안하게도 어느정도 윤곽이 잡히는 개념으로 그려졌고 결과는 틀리진 않았다. 아니, 어쩌면 뿌린대로 거둔다는 말의 본질과는 달리 아쉽게도 너무 많은 것을 뿌려두었고, 3회라는 그릇에 담아낼 크기에는 부족했다. 주워담지 못한 흔적이 적지 않다는거다.
또한 처음부터 풀어나갈 이야기들은 많았지만, 이를 분배하는 과정에서의 문제도 발생되었다. 이는 초반부터 완급조절의 실패라는 측면으로 귀속된다.
비극과 행복을 넘나드는 구조에서 반전을 기대했지만 테이블에 내놓은 결과물의 plating은 그럭저럭 좋았으나 정작 main은 다소 어정쩡하게 마무리 되었다. 이를 받아들고 느끼는 석연찮은 아쉬움들은 일시불로 시청자들에게 전달된다. 그렇게 하여 남겨진 것은 약간의 찝찝함 뿐이지만. 허나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일련의 결말로 향하는 전개방식을 애석 하게도 이미 오래전부터 눈이 높아질대로 높아져버린 시청자들에겐 너무도 쉽게 간파 당하기 좋은 한 수 였다는 점이다. 이는 시청자와의 대국중에 벌어진 작가의 '곤마' 였을까?
알공 달콩한 로멘스부터 비극적 신파, 이상하고 아름다운 설정과 군상들의 희로애락이 섞여들어간 빌드는 좋았지만,
미처 0에 다다르지 못하고 봉합되어버린 결말은 행복하지만 묘한 애석함을 안겨 준다
그렇기에 찬란히 기억되리라 여겨지던 작품의 끝에 기다리고 있던 것은, 애석 하게도 해피엔딩으로 볼 수 있는 열린 결말이라는 점과이를 바라보며 몹시도 석연찮게 받아들일 시청자들의 기분일것이다. 다만, 가장 불완전한 아홉수의 단계를 거쳐, 신에게 완벽하게 다가간 0(=30)에 도달하여, 그 모든 질문속에서 스스로 답을 찾아 구한 이들에게 내린 신의 상으로 볼 수 있겠다.
검을 뽑고 소명을 다하여 무로 돌아간 그때, 서럽게 울던 그녀가 기다리던 그에게.
죽음을 직감 하고도 온전히 받아들이며 떠나간 그때, 서럽게 울던 그가 기다리던 그녀에게.
그리하여 오랜 시간 기다림 끝에 찾아온 그들의 완전한 시간과 사랑이기에 말이다. 이러한 결론의 도달은 어찌보면 판타지의 특성을 지닌 작품의 분위기에서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함께 환생한 왕여(=이혁)와 김선(미상)의 재회. 둘이 바라던 새로운 시작 속에는 망각의 차를 마시지 않은 결과물이 보여지지 않았고, 30년 후, ‘지은탁’ 에서 ‘박소민’으로 1번째 삶의 기억을 간직한채 2번째 생을 시작한 그녀 라지만, 그녀는 변함없이 도깨비 신부 이자 인간이다. 애석하게(?) 그의 남편은 불멸의 도깨비다. 생과 사의 경계가 없는 이와, 생과 사의 개념이 존재하는 이가 만났다는 것은, 결국 이 또한 운명일수 밖에 없을 쓸쓸하고 찬란 해질 또 다른 슬픔과 사랑으로 남겨진다는 것. 그녀에게 남은 2번의 생을 모두 함께 한다 하더라도, 이 또한 결말이 기다리는 슬픈사랑이기에.
(사진출처 : 도깨비 공식 페이스북)
(헌데 지은탁의 환생후 만남의 시작이 19살? 고등학생으로 재회(=윤회)했다면 29살에는?.. 혹은 천사로 환생해온 영혼(=수호신)이라면? 굳이 개연성을 부여해서 다가올 미래의 기술 발전에 의미를 더해본다면?? 아무리 생각해봐도 결론은 알다가도 모르겠구나. . .)
[비] - 로, 첫 눈으로 그렇게 흩날릴 그대들의 이야기속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다가도 모를 드라마 한편의 결말을 오랜만에 흥미있게 지켜본것이 언제 적인지, 기억도 안났던 순간을 상기 시켰다는 점에서 한편의 드라마에 모든 시간을 이입하여 지켜볼 수 있었으니 그걸로 되었다고 여겨본다. 짧은 시간, 적지 않은 이입을 통해 그들의 희노애락을 들여다본 열의가 존재 했으며, 애초부터 필자포함 모든 시청자들은 신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었는지도 모를테니.
그렇게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것이 비록, 누군가에게 해피엔딩이 되었든, 혹은 퍽 곤란한 결말로 마무리 되었음에도. 아쉽게도 모든 것이 완벽했던 맛으로 새겨지지 않았더라도. 쓸쓸하고 찬란 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마무리는 제법 적절했다. 다만 아쉽게도, 최종회의 또 다른 변수는 곳곳에 ‘나 합성이오’라고 농을 지나쳤던 장면들 이지만, 야유 보단 격려와 박수를 칠만 하지 않을까? 결국 간절 함은 통 했기에 말이다. 어쩌면 이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은 보이지 않던 그들의 노고이었다. 단적으로 14,15회에 보여준 13회 라스트 신의 편집 구성을 회차 별로 재 편집해서 내보냈다는 점은 스텝 들에게 갈채를 보낸다. 또한 곳곳에서 보여진 흔적들은 보기에는 비슷해도 분명 다르게 만들고 편집 해나갈 시간적 여유를 만들고 보여준 것만으로 인정받기 충분 하기에.
많은 이들이 지니고 누린 지난 2달의 즐거움이 사라졌다는 것은 여러모로 퍽 난감하겠지만, 그렇게 이상하고 아름답던 그들의 판타지 속박에서 벗어나 이제 쓸쓸하고 찬란했으나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그들을. 평안한 마음을 담아 무로 돌려보낸다
‘그 시간속에 모든 순간이 행복했던 기억. 이제 보내다.’ - 도깨비.
(출처 : 도깨비 6회 중)
그럼, 잠시
제 ‘눈’을 좀 봐주시겠어요?
2016.01.22
서가 (SEO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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