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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 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 (2019)

by CHRP (채널라디오피플) 2019. 10. 30.

 

문화유랑단 REVIEW :: 영화 '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 (2019) 

<스릴러, 액션, SF / 15세 이상 관람가 / 128분 / 감독 : 팀 밀러 / 주연 : 린다 해밀턴, 아놀드 슈워제네거, 맥켄지 데이비스 외>  

<영화 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 포스터 :: ⓒ20세기 폭스 / ⓒ월드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본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만, 영화 전반적인 이야기를 관통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본 작품을 아직 관람하지 않으신 분들이거나, 사전에 영화의 내용을 알고 싶지 않으신 분들께서는 가급적 영화 관람 후에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지난주 일요일. 기어코 여러 변수를 극복하고선 3D 버전으로 재개봉한 터미네이터2를 보았다. 3D 버전이 메인임에도 이상하리만큼 보기 어려운 상영관의 나열과 상영 시간대는 여러모로 골치 꽤 썩게 만들기 충분했지만. 그런데도 30년 전의 추억 속으로 스며들게 해주는 반가운 귀환과 새로운 환경에서의 중립 속에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것을 재차 확인한 순간, 불현듯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우려가 한 가지 있다면, 오늘 바라본 다크페이트일 것이다.

시작에 앞서 한가지 언급할 점은 이 작품에 대해 대중의 평가가 좋든 싫든 간에, 현존하는 모든 시리즈를 섭렵할 수밖에 없던 필자의 사정에선 어느 정도까지는 이라는 전제를 붙여보지만, 결과적으로 중증 이상의 팬보이라 칭할 수는 있을 것 같다. 거창한 이유보다는 작지만, 꽤 소중한 추억이 담겨있는 작품이라 그런지 쉽사리 애정이 꺼지지 않던 이유 또한 여기에 있으리라. 그래서 그럴까? 때마침 개봉한 전작과 새로이 개봉할 본작을 대비하는 마음가짐 또한 남달랐던 기분은 어느 못지않게 충만했다.

흥겹게 자판을 두드리며 작품을 기다리는 감정을 적어 내려가는 이 설렘을 과연 어느 정도의 신뢰로 돌아와 줄 것인가

 


이틀 전만 해도, 꽤 행복한 삶을 살았건만


 

오랜 기다림 끝에 맞이한 개봉 당일. 설레는 마음으로 극장으로 향했다. 시리즈로 보자면 제니시스 이후로 4년 만인 듯하다. 잠시 언급한 대로 소중한 추억을 간직한 작품이라 그럴까. 어떤 상황이 오든 제법 눈길조차 주지 않으며, 웬만하면 극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오늘은 다르다. 일종의 장엄한 의식과도 같은 시간이 찾아왔다. 그건 아마도 터미네이터라는 프랜차이즈가 주는 상징성일 것이다. 부인하지 않겠다. 그 상징성은 개인적으로는 무척 크기에. 나이는 먹어가지만 설렘은 여전히 유효한 것일까? 일부러 시간까지 만들어 극 초반 타임으로 예매하여 찾아간 스크린을 바라보며, 부디 이 순간의 설렘이 극장 문을 나설 때까지 이어지길 바라는 작은 바람을 담아.

전작인 심판의 날 (T2) 을 봤던 유저라면 확실히 몰입도가 올라갈 사라 코너의 정신병원 신이 오프닝 시퀀스와 적절히 섞이며, 극의 오프닝을 달구고 난 이후 나열되는 구조는 오랜 예상대로 기존의 시리즈 중에 원본에 해당하는 1, 2의 플롯을 이어간다는 제임스 카메론의 호언처럼, 곳곳에 전개되고 흐름에 배치된다. 2 이후 오랜만에 시리즈에 등장하여 극의 주축을 이끌어 가는 린다 해밀턴의 비중 또한 상당한 편이다. 또한 여러 우려로 점쳐졌던 정리 안 된 컬러 그래이팅과 사운드의 질감. CG의 이펙트 또한 완성본다운 충실함을 뒷받침해주고 있었다. 꽤 순조로운 스타트를 이어가는 호흡이었고, 조금 더 본 작품에 관한 장점들을 떠올려 보자면 그리해볼 수는 있겠지만, 어쩐지 이제부터 시작될 중요한 이야기들은 단점에 몰릴 것 같다는 것이 본 리뷰의 서막이다. 애석하게도.



<영화 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 스틸컷 :: ⓒ20세기 폭스 / ⓒ월드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 모든게 악몽이 되어버렸어


 

한 명의 팬보이로써 갖고 있던 개인적 상징성이라는 진중한 관점을 내던지고 현실로 돌아와서 작품을 뜯어보면 어떠할까? 결론부터 말해보면 지금까지 갖고 있던 풍족한 기대감을 조금은 빼놓는 게 좋았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관점을 향해 연결되는 결과값은, 한바탕의 소동이 마무리된 이후. 적막 속에 흘러가는 엔딩 크레딧을 바라보는 한 가운데서의 심정으로 이어졌다. 역시나 했던 본작의 메인 빌런 포지션인 rev-9의 이팩트는 역시나 2% 부족한 느낌에, 사라 코너와 T-800의 개연성. 가장 중요하다 볼 수 있는 그레이스와 대니의 관한 이야기는 다소 맥없이 풀어지는 경향이 조금은 덜한 정도였다면 비교적 다행이었겠지만, 이상하게도 계속해서 무언가를 놓치고 가는 것이 눈에 띌 만큼 128분 내내 애매한 간극을 이어간다.

여기서 한가지 고백하건대, 개인적으로는 개봉 수개월 전에 해외 사이트에 유출되었다는 본 작품의 플롯을 우연히 본 적이 있었다.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인 추측(=당시 기준)뿐인 스포일러. 뭣 하러 굳이 개봉해서 확인해도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쩔 수 없는 팬 보이의 심정은 이런 것일까? 클릭 몇번을 거쳐 결국 들어온 스포일러 앞에서 스스로 모른 척할 수 없는 심정이라는 이유를 들어 살펴봤다. (=첨언하면 당시 봤었던 플롯은 총 2가지 버전인데, 완성본 기준에서 그중 한 가지 버전이 일정 부분에서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그렇다 해도 시작과 동시에 등장하여 한편으로 반가우면서도 금세 허무해지는 존 코너의 퇴장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했다. 설령 앞서 말한 대로 유출된 플롯을 보지 않았더라도 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전작에서 끈끈한 동지애로 훈훈하게 마무리한 그들의 관계가 다양한 예고편 속에서 보였듯, 난데없이 틀어질 이유가 없으니깐. 

그렇다 한들 전반적인 캐릭터들의 접근 방식이 기존 시리즈에서 볼 수 있던 개념을 답습한다고 보기엔 무리가 따를 지경에 이른다. 제 역활을 해줬다면 그건 rev-9정도 겠지 싶을까. (충실히 임무를 수행하는 것 말고는 그 이상도 이하도 필요 없을 테니. 물론 말이 조금 많아진 것 빼곤) 시리즈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사라 코너와 존 코너라는 부자 관계와 인류의 저항군 리더로써 사명감으로 지켜냈던 인물이 난데없이 죽어버리는 상황부터 시작하는 설정은 다소 충격적이긴 하지만, 왜 하필 스카이넷은 사라진 타임라인에서도 어째서 그를 꾸준히 죽이려 했었는지, 그 자리를 대체해버린 리전(=legion)이라는 대체 인공지능은 어떻게 나타났는지에 대한 맥락을 생략해서 그런지 보는 내내 조금은 정신없다가 루즈했다가를 여러 차례 반복하는 형태에 이른다.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너무 대강 훑고 지나쳐 문제지)   

여기에 큰 그림으로 영화 전체를 바라보면 팬 보이들의 측면에서 다소 실망할 수 있는 지점이 발견되는 것 또한 아쉬운 점으로 남는데, 작중 내내 어디선가 본듯한 느낌으로 계속 이어진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1, 2의 이야기를 적절하게 다듬고 정리하고 살을 붙인 다음 현재의 시각에서 해석하여 나열하는 공식인데, 이는 새롭게 유입되는 유저들에게 있어 기존 레퍼런스의 연장 선상이 될 수 있는 장치로 활용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역시 그 나물에 그 밥으로 가는 건가? 라는 완성도 저하라는 모호한 결과물로 도출되기에 십상이다. 신규 혹은 전작들을 보지 못한 관객이라면 제법 흥미롭게 다가올 요소지만, 유감스럽게도 깊이 하면 빠질 수 없는 바이블이 돼버린 작품이 다름 아닌 전작들 아니겠는가. 빠져버린 콜라일지라도 어느 정도까지 빠져야 그나마 마실만 하지 않나.

한가지 궁금한 점이 있다면, 카메론 감독의 입장에서는 그간 원치 않은 상황에 놓여왔던 터미네이터라는 뼈아픈 프랜차이즈를 자식의 입장에서 바라보았을 작품인지라, 이를 갈고 나온 느낌이 무엇인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고, 자신의 손에서 탄생하지 않은 작품들을 모두 리셋해버린 심정을 이해할 수는 있겠으나, 정작 뚜껑을 열어 본 결과물은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공헌했던 리셋된 구작들의 흔적이 여기저기 보인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의 타협 선인지, 최소한 받아들일 수 있는 아이디어들은 참고해서 반영한 것인지 알 수는 없으나, 그로 인해 생기게 되는 왠지 모를 허무함이 커진다는 것은 아마도 이러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사정이 어찌 되었든 이러한 느낌은 여러모로 생각해봐도 기분 탓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인 견해로 종합해보면, 전체 플롯은 3편 + 미래 전쟁의 서사는 4편 + 시간대의 왜곡에서 벌어지는 소스는 제니시스 = 다크 페이트 랄까?)

 

<영화 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 스틸컷 :: ⓒ20세기 폭스 / ⓒ월드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


 

그렇다고 해서 본 작품을 폄하하기엔 조금 아쉬운 구석이 남는다. 시리즈의 근간이 되는 스릴러 장르로서의 기초를 다지는 추격전과 화끈한 액션. 여기에 본가의 뿌리로써 여전히 유효한 사라 코너의 매력과 시리즈의 상징인 T-800의 굳건함. 여기에 새로이 양념을 더 하고 줄기를 더해가는 대니와 그레이스의 활약은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전쟁을 맞이하는 이들의 결연한 자세와 맞물려, 존폐의 기로에 놓여있던 시리즈의 향배를 가늠하는 과정에서 조금은 숨통을 틔워준 작품이 되었다고 평해볼 수 있을 것이다. 괜히 그 나물에 그 밥이겠는가. 원작자가 제작하고 원작의 주연들이 등장하여 레퍼런스가 지닌 DNA를 기반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점으로도 기존에 등장했던 폐기된 시리즈와 달리 그 무게감만큼은 부쩍 상당해졌음을 외면할 수 없으리.  

이렇듯 여러 관점에서 판단해보면, 터미네이터 버전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라는 것에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물론 현재 스타워즈 시퀄의 전체적 평가를 놓고 보았을 때, 그 위치가 조금은 애매해진 감이 없지 않으나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의 평가에 달려있기도 하겠지만) 기존의 완성된 이야기의 후속적인 개요를 담기에는 비교적 나쁘지 않은 측면이 적잖이 담아 놓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견해는 여러모로 살펴본들 결과로만 놓고 볼 때, 안정된 공식을 답보 할 수 있는 연출은 아무리 봐도 기존의 레퍼런스에 대한 계승으로 귀결되기에, 다시금 작품의 프로듀서와 제작을 맡은 카메론이 기존에 손쓸 수 없었던 시리즈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요소들의 표현이라든지, 작지만 놓치기엔 디테일 한 연출은 이런 관점에서 장점으로 극대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본 작품이 갖는 진정한 3편으로써의 의미를 적잖이 부여할 수 있는 연결고리는 다소 한정된 범위로 귀결될지언정, 그 울타리만큼은 제법 안정되게 마련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부터 다가올 새로운 적과 기나긴 싸움을 이번 만큼은 과연 제대로 끝낼 수 있을까? 결과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 개인적인 소견이지만, 이미 정해진 운명 따윈 없고, 이 모든 것을 스스로 쟁취해 나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이번 만큼은 무사히 다음 세대까지 전달해 줬으면. 그것이 지금껏 터미네이터라는 프랜차이즈를 아껴온 팬 보이들과 나아가 새로운 세대들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을 테니.

 

<영화 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 스틸컷 :: ⓒ20세기 폭스 / ⓒ월드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초고 작성 : 2019년 10월 30일 

* 최종 수정 : 2019년 10월 30일 

 

- 발행 : 2019년 10월 30일 

- WRITTER : SEOGA

- PHOTO : 영화 '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 ⓒ20세기 폭스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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