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빨2' (from '뒷담화 PEOPLE')
일하는 시간이 들쑥날쑥 이기도 하고, 흐름이 끊기면 맥이 빠지는 느낌이기도 하다.
귀차니즘이 극에 다다를 무렵이었지만,
굳게 다잡은 마음이 변할세라, 이득코 나는 2015년의 시작인 첫 주말에 몰아서 감상했다.
기본 골격은 익히 알려져있듯이 바둑만을 보고 달려온 주인공이 프로기사입문에 실패 이후,
낙하산으로 대기업 계약직 2년에 취업하면서 벌어지는 직장과 일상에 관한 이야기이다.
드라마 '미생'이 그 주인공이다.
(어디서 익숙한 모습이 떠오르는가? 그렇다면 당신도 지옥철과 함께 전장을 누볐다는 증좌이다.)
내심,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조금은 현실적이었으면 하는것들을 말이다.
물론 평단의 반응은 '현실세계의 직장인들의 투영을 제대로 해낸 웰메이드 수작!'이라는 찬사가 끊임없었기에
어느정도 기대감은 있었다.
소감은 현실적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현실적이지도 않은.. (뭐냐? 내꺼인듯 내꺼아닌? 그거냐??)
조금은 희망과 바램이 섞인 (그러니까 드라마이기에 가능한 희망사항들이 다소 있는) 내용들이었다.
실망적이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만족스럽지도 않은 양날된 모순이 감정을 훓고 지나간다.
그나마 옛 추억이 조금은 새록새록 떠올랐다는 것에 의의를 두긴 했다.
정주행하다 보니 벌써 예전 이야기같은 시간들이 떠올랐기에 말이다.
드라마를 보다보니 문득문득 장면속에서 나온 에피소드가 꽃히는 사례도 종종 있었다.
우선은 정확하게 회사 입사전,
그러니까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을때 이런 경험이 있었다.
'관계가 없었다면 새로운 선례를 만들면 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번기회에 확실하게 규정을 만드려고 합니다.
나갈사람을 회사가 왜 키워주겠습니까?'
있다. 이런일. 겪어봤다. ㅈㄴ 드러운 기분드는거.. 있다.
결과적으론 운이 좋게 잘 풀려서 나는 정규직이 되었고, 시간이 지날 수록 이런 문제가 남일 같아 보였지만..
비단 그것으로 끝은 아니었다. 회사를 나오고 나서도
이런 저런일들을 겪으며 다시 그때와 마찬가지로 비슷하게 대우를 받아봤을 뿐이다.
다시금 그 감정들을 느꼈다.
승산없는 싸움, 물러설 때 물러서야 하는 것
그래봐야 결국엔 계약직의 한계..
'그런데 왜 이 제안을 하게 되었지?'
'그건.. 우리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일하는데는 누구도 귀천이 없다.
흘리는 땀방울과 노력의 가치는 모두 공정하다.
똑같이 나와서 늦게 들어가는건 다른게 없다.
상사맨의 기백이라는 것이 어디 '급'의 차이에서 비롯되는건가?
전제는 있다. 시놉상 낙하산이라는 사유가 있었다.
하지만 그 수식을 떼어놓고라도 '고졸에 스팩전무, 사회경험제로의 인재'를 얼마나 받아줄까?
가능성과 아직은 '따끈따끈한' 신상 노력으로 똘똘뭉친 신입의 패기를 (결론은 이게 반대사유였지만..)
그러니 잊지 말자. 모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벽에 부딫힐 수 밖에 없는 현실.
그들의 바운더리에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되는 행위란 사전 밖 상식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울타리를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것 뿐.
결국 벽은 존제한다.
그렇게 노력해도 결과는 계약직일 뿐이다.
'세상에 만만한 일은 없구나'
없다. 전쟁일 뿐이다.
내가 져야 누군가의 배는 채워지고 내가 이기면 누군가의 배가 굶주린다.
냉혹한가? 그렇다면 그 흔한 자기개발서에 나오는 18번 대사들이 우리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꿈과 비전을 가져라.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목표를 세우고 끝까지 달려가라.
주옥같은 말씀 귀담아 성실히 이행했건만, 비정규직은 여전하고 계약직의 한계는 지속된다.
그럼 욕심도 허락맞아야 하는 것인가? 내 스스로의 감정이 아닌 타인의 결정에 의거한??
'피자엔 자신있었지. 주제원 시절에도 신나게 먹었었고'
'허허 잘되시가는데 뭐가 문제셨어요?'
'마트 들어오고 망했다'
꿈과 비전으로 낭만을 꿈꾸기엔 현실따위 인정해 주지 않는 상황
'그땐 제2의 인생이 시작되는 줄 알았지'
이제 이해되는가? 자기개발서의 가르침들이 모두 허사가 되는 현실을
'그때 버텼어야 했나? 좀 더 정치적으로 살았어야 했나?'
너도 나도 좁혀지지 않는 거리가 존재할 뿐이고,
결국,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입증했을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미생이다. 어쩌면 완성할 수 없는 것일지도..
회사를 나오는 순간, 그 인프라에 도움 받을 수 없다. 정답이다.
내 인프라는 오직 내 자신일 뿐이다.
돌이켜보니 회사를 나온 이후,
난 그때 내가 했던 일과 연관되어 있는 사람들과 연이 이어진 경우가 드물었다.
잠깐씩 이어지다 끊기면 끊겼지만서도..
공감으로 지나치기에는 현실이 녹록치 않음을 적나라하게 발견한다.
극중 박대리가 자신의 현실을 인정하며 벌거벗은 것이 과연 그뿐일까?
나를 포함한 이땅의 미생들도 마찬가지일것이다.
시련은 Self라 말했지만,
겪고있는 우리들은 그것을 함께 Helf해줄 수 있지 않는건가?
(아무리 현실이 X같다 할지라도 내 꿈과 열정까지 간섭받을 이유는 없다. (드라마 미생중))
그래도 어쩌겠는가? 아무리 현실이 뭐같다 한들, 나의 소중한 바램까지 짓눌릴 필요는 없다.
어쩌면 어떤이들이 보는 시각에선 작을지 모르지만, 그 크기를 감히 짐작할 수 없는 모두의 소망들이 있기에
이사회가 이만큼 지탱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각인해본다.
개인적으로 드라마 미생은 그런 의미에서 현실의 냉혹함과 비정함들을 꺼내었다기 보단
좀 더 달려보자라는 명분을 알려준 드라마이다. 상위 10%쯤을 제외하곤 결과적으로 모두 미생이니깐.
부단히 움직여야겠지만, 그런 씁쓸함에서도 희망을 찾아보려 한다. 적어도 이땅에서 말이다.
끝으로
이땅의 수많은 미생 여러분들께,
오늘 하루 수고많으셨습니다.
다들,
내일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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